2026년,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1%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에 본격 진입했습니다. 프랑스에서 115년, 미국에서 72년, 일본에서 36년이나 걸렸지만, 한국은 불과 25년 만에 이러한 결과를 맞았습니다. 과거 한국 경제는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압축 성장’을 겪었지만, 이제는 ‘압축 고령화’라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결과 40세에서 64세에 이르는 중장년층이 2,000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전체 인구의 40%에 달합니다. 문제는 이들이 심각한 경제적, 정서적인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입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법적 정년은 60세이지만, 실제 퇴직 나이는 49.3세입니다. 40세가 되자마자 이미 은퇴를 걱정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거기다가 국민연금 수령 시기는 65세로 늘어나 최소 10년 이상의 공백 기간이 있습니다. 한 달만 수익이 없어도 생활이 쪼들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10년간의 소득 공백기는 개인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정서적인 어려움도 가중된다는 점입니다. 인간관계가 소원해지고, 자녀와의 거리는 멀어지고, 주변에는 돌봐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이는 건강을 악화시키는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자신이 그 어떤 빛나고 아름다웠던 청춘의 시절을 보냈든 간에 상관없이, 중장년이라는 새로운 시기가 버티고 있으며, 이는 인생에서 청춘보다 더 중요하고, 잘 버텨 나가야 하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일찍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
다만 여기에서 한 가지 발상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은퇴 이후의 삶은 ‘젊은 시절의 연장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인생으로의 진입’이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프랑스 요리의 대중화를 이끈 사람은 줄리아 차일드(Julia Child)입니다. 그녀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프랑스의 정보요원으로 스파이 활동을 했습니다. 하지만 49세에 첫 요리책을 내고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요리 연구가가 되었습니다. 레이 크록(Ray Kroc)은 젊은 시절 그다지 별 볼 일 없는 외판원이었습니다. 종이컵, 밀크셰이크 기계를 영업하기 위해 전국을 떠돌았습니다. 그러나 52세에 맥도날드 형제의 식당을 방문했고 프랜차이즈 사업권을 따낸 후 오늘날의 맥도날드 제국을 세웠습니다. 영어로는 이런 사람들을 ‘레이트 블루머(Late Bloomer)’라고 합니다. 뒤늦게 꽃피는 사람이라는 의미입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리치 칼가아드(Rich Karlgaard)는 그의 저서에서 “우리는 너무 일찍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레이트 블루머야말로 현대 사회의 진정한 혁신가라고 말했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한국 사회는 ‘빨리빨리’의 사회입니다. 그러다 보니 성공도 빨리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강박을 조금 내려놓으면 이제 한국의 중장년에게도 새로운 미래를 향한 도전이 열려 있습니다. 다만 끊임없는 호기심과 학습 능력을 갖추어야 하고, 잠시의 좌절에 무릎 꿇지 않는 회복 탄력성도 있어야 합니다. 거기다가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멈추고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해야만 합니다. 중장년의 시대가 ‘젊은 청춘의 태양이 지고 있는 시기’가 아니라 ‘중장년이라는 새로운 태양이 뜨는 시대’라고 정의해 본다면, 한층 도전 의지가 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