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영향력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특정 산업과 분야에 특화된 형태로 점점 더 세분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인공지능 기업 팔란티어가 있다. 이 기업의 데이터 분석 시스템은 방대한 행정·디지털 데이터를 결합해 개인의 이동 경로나 활동 패턴을 분석하는 데 활용되고 있으며, 일부 경우에는 눈 색깔이나 문신과 같은 신체적 특징까지 식별 가능한 정보로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기술은 이민 단속 과정에서 불법 체류자를 추적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전쟁에서의 AI 활용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물론이고 이번 미국의 이란 공격에서도 활용되었다. 심지어는 고고학, 향기 분석, 밀렵 단속에서도 활용되고 있는 추세이다. 한편 인공지능의 활용 범위는 군사와 치안 영역을 넘어 학문과 환경 분야로도 확장되고 있다. 위성 영상 데이터를 분석해 숨겨진 유적지를 찾아내는 고고학 연구, 향료 조합을 분석해 새로운 향을 설계하는 향기 분석 산업, 그리고 위성 데이터와 센서를 활용해 불법 밀렵 활동을 감시하는 환경 보호 분야에서도 AI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과연 인공지능의 역할은 어디까지 확대될 수 있을까?
전장과 국경 단속에 투입되는 인공지능
최근 국제 분쟁에서 인공지능(AI)이 군사 작전에 활용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드론 운용, 통신 체계, 지휘·통제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술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최근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 그리고 2026년 1월 미국이 실시한 베네수엘라 공습에서도 AI 기반 분석 시스템이 작전 지원 도구로 사용됐다. 특히 미국의 이란 군사 공격에서는 작전 준비와 수행 과정 전반에서 보다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 당국은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생성형 AI 모델 ‘클로드(Claude)’를 활용해 정보 평가와 작전 계획 수립을 지원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를 ‘AI 중심 전쟁’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정보 분석, 표적 추적, 목표물 식별, 작전 시나리오 예측 등 다양한 작전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위성 영상과 각종 감시 데이터를 결합해 특정 인물이 특정 건물에 은신해 있을 가능성을 확률적으로 계산하고, 주변 민간 시설의 위치를 고려해 정밀 타격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 분석 체계를 통해 미군은 공습 개시 이후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여러 목표물에 대해 반복적인 정밀 타격을 수행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법 이민자 색출에도 AI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틱톡 등 소셜미디어 이용 기록과 이동 경로에 관한 위치 정보, 납세 자료, 공공 의료보험 데이터, 통신 기록 등 다양한 데이터가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 체류자 단속 과정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이민 OS(Immigration OS)’라는 이름으로 개발됐다. 미국의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Palantir)가 ICE의 이민 단속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구축한 분석 도구로 알려져 있다. ICE는 2025년 4월 팔란티어와 약 3000만 달러(약 436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이민 단속 관련 데이터 분석 시스템 개발을 의뢰했다. 해당 시스템은 여러 행정·민간 데이터에 접근해 정보를 통합하고, 분석을 통해 단속 대상자의 위치나 이동 패턴을 파악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산업에서 우주까지 활용 범위 넓어져
최근에는 향기 설계와 음식 레시피 개발 등 감각 중심의 산업 영역에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조향과 메뉴 개발은 인간의 후각과 미각, 그리고 경험적 직관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전으로 AI가 이러한 과정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AI 조향사(Digital Perfumer)’ 기술이 있다. 이 기술은 수천 가지 향료 성분의 화학적 조합과 소비자 선호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향수를 설계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AI는 향료 간 상호작용과 소비자 반응 데이터를 함께 분석해 특정 콘셉트에 맞는 향 조합을 제안한다.
최근에는 사용자 환경에 맞춰 향기를 자동으로 조합하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일부 시스템은 사용자의 기분 상태, 날씨 정보, 공간의 목적 등을 분석해 실시간으로 향 조합을 추천하거나 조정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러한 형태의 ‘AI 기반 디지털 향기 플랫폼’은 기술 혁신 사례로 소개되며 ‘CES 2026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음료나 스낵 등 신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AI가 소비자의 미각 선호 데이터를 분석하고 다양한 조합을 시뮬레이션해 성공 가능성이 높은 레시피를 제안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우주 및 고고학 연구 분야에서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연구자들은 방대한 데이터 분석과 빠른 계산 능력을 활용해 인간이 처리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먼저 고고학 분야에서는 위성 영상 분석을 기반으로 한 ‘AI 고고학’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인공지능은 위성 사진에 나타난 미세한 지형 변화나 토양 패턴을 분석해 사람이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흔적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이러한 기술은 정글이나 사막 지역에 묻혀 있는 고대 유적의 위치를 추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또 과거 도시 구조와 건축 패턴을 학습한 AI 모델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유적의 가능성 있는 위치를 제안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고대 도시 설계 방식과 지형 조건을 분석해 잠재적인 유적 분포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우주 분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지구 궤도에는 수많은 인공위성과 우주 잔해가 존재하기 때문에 충돌 위험을 관리하는 문제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지구 궤도에는 수만 개의 위성과 우주 파편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물체들이 충돌할 경우 대규모 파편이 발생해 연쇄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일부 우주 관제 시스템에서는 AI 기반 분석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위성과 우주 잔해의 궤도 데이터를 빠르게 계산해 충돌 가능성을 예측하고, 필요한 경우 위성 궤도를 다시 조정해 인간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과정은 매우 짧은 시간 단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간 관제 인력만으로는 처리하기 어려운 계산을 AI가 보조하는 형태이다.
AI는 이제 인류와는 분리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인간 생활의 거의 모든 영역에 인공지능이 활용되는 날은 그리 멀지 않았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어떤 면에서 이는 AI를 ‘활용’하는 측면을 넘어서서 인간의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마치 도로, 댐, 전기 및 통신 시설처럼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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