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1.7%를 기록하며 깜짝 반등에 성공했다. 직전 분기에 대비해 보자면 매우 가파른 성장세가 아닐 수 없다. 당초 한국은행이 제시했던 전망치인 0.9%를 두 배 가까이 상회하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성장 폭은 1분기 기준으로 볼 때 지난 2020년 3분기(2.2%) 이후 약 5년 6개월 만에 달성한 최고 수준이다.
그간 국내 경제는 2024년 2분기와 지난해 1분기에 각각 -0.2%의 역성장을 기록하는 등 장기간 저성장 국면에 머물러 왔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실적 개선의 주요 동력으로 반도체 경기의 회복을 꼽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본격화된 반도체 사이클의 반등에 힘입어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고, 이것이 전반적인 한국 경제의 지표를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처럼 수출 주도형 산업의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한국 경제가 침체 국면을 벗어나 본격적인 회복 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이것이 국민들의 실질적인 삶의 개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JP모건, 씨티은행 모두 상향
한국 경제가 좋아질 수 있다는 분석은 올해 초부터 제기되기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26년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9%로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이는 약 3.3%로 예상되는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기는 하지만, 주요 선진국들의 성장세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은 아니었다. 성장률 전망을 높여 잡은 주요 원인으로는 반도체 업황의 뚜렷한 회복세와 더불어 인공지능(AI) 분야의 투자 확대가 핵심 동력으로 지목된다. 이와 맞물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하며 기존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원화 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당분간 추가적인 금리 인하는 시행하기 어렵다는 신호를 시장에 전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올해 1분기 실질 성장률이 1.7%를 기록했다는 점은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들 역시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높게 평가하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 금융권에 따르면 JP모건은 한국의 성장률 예측치를 기존 대비 상향한 3.0%로 수정 발표했으며, 씨티은행 역시 한국 경제의 반등 가능성을 점치며 전망치를 2.9%로 높여 잡았다. 이러한 낙관론은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상향 조정하는 한편, 향후 수출 증가율이 30%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이는 전 세계적인 IT 수요 회복과 반도체 수출 호조세가 한국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진단에 근거한다.
주요 금융기관들이 앞다투어 지표를 긍정적으로 수정함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을 탈피해 본격적인 회복 궤도에 진입했다는 기대감이 한층 강화되는 추세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이러한 분석은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 제고는 물론이고 향후 외국인 투자 자금 유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에 발발한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해서 먹구름이 드리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국제 유가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의 연쇄적인 충격이 한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 구조상 대외 변동성 확대는 생산 비용 상승과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질적 소비 심리 개선은 안돼
하지만 실질적인 경제 지표는 이러한 우려와는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주력 산업의 기록적인 호황이 대외적인 악재들을 충분히 상쇄하며 전체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AI) 수요 급증과 서버용 메모리 시장의 회복세가 맞물리면서 수출 부문의 성장세가 공급망 리스크를 압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한국 경제가 대외적 충격에도 불구하고 이를 스스로 극복하고 회복할 수 있는 강력한 복원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는 한국 경제가 단순한 수출 회복을 넘어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펀더멘털을 입증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이 아직 지표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는 1분기의 깜짝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향후 경제 경로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주요 변수로 지목될 수 있다.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원유 수입 차질이 4월부터 본격화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 특성상, 물류 및 공급망 교란으로 인한 압력은 2분기 이후, 즉 올해 7월부터 각종 경제 지표에 집중적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또한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불안이 기업의 생산 비용 증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중동발 전쟁 여파가 향후 실질 GDP 성장률에 미칠 파급 효과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에 따라 1분기 호조세를 보였던 경제 성장 흐름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신하기는 힘들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지난 4월에 발표된 기업 심리 역시 상승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이 4월 28일 발표한 ‘2026년 4월 기업경기조사 결과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이달 전 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94.9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과 비교해 0.8포인트(p) 상승한 수치로, 기업들의 경기 체감도가 소폭 개선되었음을 보여 준다.
기업심리지수(CBSI)는 기준치인 100을 중심으로 지수가 형성된다. 장기 평균인 100보다 수치가 낮을수록 경기를 부정적으로 내다보는 기업이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러한 여러 가지 긍정적인 측면에서도 국민들이 느끼는 소비 심리가 실질적으로 개선되지는 않고,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기업과 가계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종합적으로 보여 주는 4월 경제심리지수(ESI)가 전월 대비 2.3포인트 하락한 91.7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3월 4.8포인트 하락한 데 이어 두 달 연속으로 내림세를 보인 결과이다.
따라서 지금부터의 국내 경제 흐름은 정치적 변수가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중동발 분쟁이나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같은 외부적 요인은 국가가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이지만, 이를 관리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상황의 안정성이 갖는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의 긍정적인 경제 지표를 실질적인 민생 회복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정부의 전략적인 정책 운영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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