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후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서 하나하나 문제를 제기하며 일정한 효과를 거둔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에는 ‘가짜뉴스 척결’에 나서기 시작했다. 20대 대선 당시 대선주자였던 자신에 대해 ‘조폭 연루설’을 제기한 장영하 국민의힘 경기 성남 수정구 당협위원장의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된 것이 포문의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이를 보도한 <그것이 알고 싶다>의 사과를 받았고, 이어 극우 유튜버 전한길이 방송 중 출연자가 제기한 ‘이재명 싱가포르 160조 원 비자금’에 대해서도 ‘한심하고 악의적이다’라고 질타했다. 또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에서는 대통령 바로 옆자리에 앉은 주식 투자자 개그맨 장동민 씨는 “저 같은 사람들은 가짜뉴스에 휘둘리는 경향이 많다”는 발언을 해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하기도 했다. 과연 이재명 대통령이 본격적인 가짜뉴스 반격에 나선 이유는 무엇이고, 그 배경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대법원, ‘조폭 연루 의혹’ 최종 허위 판결
2025년 대선 정국에서 제기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조폭 연루 의혹’이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허위임이 판명됐다. 올해 3월 12일 대법원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장영하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변호사 출신인 장 위원장은 지난 20대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재직 시절 특정 폭력조직으로부터 사업 특혜 대가로 약 20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해당 주장이 근거 없는 허위 사실임을 분명히 하며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이다. 판결 확정 이후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언론의 보도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진실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희구한다”며, 특히 과거 해당 의혹을 다뤘던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직접 언급하며 “사실 확인 없는 보도와 의도적 왜곡은 흉기보다 무섭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해당 매체에 진솔한 사과와 더불어 판결 결과에 따른 추후 보도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또 이재명 대통령은 ‘전한길뉴스’ 유튜브 채널에서 출연자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도 강력한 대응을 천명했다. 이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건을 대통령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려는 불순한 시도로 규정했다. 정 대표는 비공개회의를 통해 당 차원의 가장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라는 특별 지시를 내렸음을 밝혔고, 사법당국에도 개정된 정보통신망법 등에 근거해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엄정한 수사를 요청했다.
이렇게 이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가짜뉴스에 대응하기 시작한 것은 오랜 과거부터 가짜뉴스로부터 많은 피해를 입어왔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성남 시절에는 장애인을 엘리베이터에 감금하고 전원을 끊었다는 ‘장애인 엘리베이터 감금설’, ‘친형 강제입원설’, ‘소년원 복역설’, ‘30년 친구 살해설’, ‘피습 테러 자작극설’ 등 황당한 가짜뉴스들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하지만 대부분 근거 없음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러한 결과 그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서 SNS에 많이 의존해왔다. 실제 그는 대선 후보였던 2025년 2월에는 인천 유세 현장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이재명TV’ 유튜브 방송을 통해 “정치인들은 국민과 직접 소통해야 한다. 그걸 안 하면 언론에 의해 왜곡이 된다. 제가 살아있는 이유는, 아무리 해도 (언론의 공격이) 안 먹히는 건, 제가 직접 소통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높은 지지율이 가짜 뉴스 척결의 동력
이재명 대통령은 오랜 정치 여정 속에서 허위 사실과 악의적인 왜곡 보도로 여러 차례 고초를 겪어 왔다. 그 결과 가짜뉴스를 단순한 오해나 왜곡을 넘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시스템을 근간부터 파괴하는 치명적인 독극물’로 규정했다. 이에 발맞추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8월 당내 ‘언론개혁특위’를 공식 출범시키며 언론 지형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당시 야당에서는 ‘언론 입틀막’이라는 표현을 쓰며 반대하기는 했지만, 그 파장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특위는 허위·조작 보도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상태이다.
이처럼 가짜뉴스에 대해 전례 없는 강경 대응을 펼칠 수 있는 배경에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견고한 지지율이 동력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즉, 정면 돌파할 수 있는 정치적 자신감을 부여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이러한 이슈를 전면에 내세웠다면, 오히려 ‘언론 탄압’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거센 역풍을 맞았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비판 기능을 통제하려 한다는 의구심은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따라서 아무리 정당한 명분을 가진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지지 기반이 약한 상태에서는 쉽게 건드릴 수 없는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높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충분히 ‘해볼 만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짜뉴스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추산된 것은 지난 2017년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실시한 조사였다. 당시 전체 뉴스의 1%를 가짜뉴스로 전제한 후, 이로 인한 기업의 영업손실, 개인의 정치적,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합산하고 여기에 가짜뉴스로 인한 사회적 신뢰 저하, 갈등 해소 비용을 포함했다. 그 결과 전체 30조 900억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전체 GDP의 약 2%에 육박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하지만 이 조사는 이미 10년 가까이 지난 과거의 데이터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스마트폰과 SNS의 폭발적인 확산, 그리고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딥페이크 조작 영상까지 등장하면서 가짜뉴스의 생산 속도와 전파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졌다. 특히 이러한 정보들은 알고리즘을 타고 적극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 피해의 속도와 정도가 훨씬 더 강해졌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재의 실질적인 피해액은 과거 추산치인 30조 원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본다면 가짜뉴스는 단순히 언론사와 당사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러한 부분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가짜뉴스 척결’은 더욱 큰 명분을 얻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여전히 ‘언론 탄압’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언론사 자체의 ‘자기 검열’이라는 부작용도 있을 수가 있다. 심지어 ‘과연 어떤 것이 가짜뉴스인가?’라는 기준을 설정하는 문제도 여전히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실제 독재 정권 역시 자신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가짜뉴스’로 폄하하는 경우는 매우 흔하기 때문이다. 결국 가짜뉴스에 대한 언급과 공격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명백한 가짜뉴스는 분명히 존재하고, 매우 명백한 피해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향후 이재명 정부 역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만 하고 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차원에서 가짜뉴스 척결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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