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벌써부터 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이후 국민의힘의 행보에 대한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고 있다. 선거 패배에 따른 책임론과 이후 당권을 둘러싼 현 장동혁 계파와 한동훈 계파의 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 오세훈, 나경원, 안철수 등도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민주당은 여전히 국민의힘에 대한 ‘위헌 정당 해산 심판’에 대한 위협도 거두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일부 보수 인사들도 국민의힘의 영역이 쪼그라들어 극우와 결합되거나 이제 그 실질적인 영향이 상당히 상실될 것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6.3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힘과 대한민국 보수 세력은 어떤 상황에 처할 것인가?
사상 초유의 컷 오프 시행
현재 야권인 국민의힘 앞에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대한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60%대 중반을 넘어 70%를 향하면서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율마저 국민의힘을 압도하며 격차를 벌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의 분위기는 차갑다 못해 매섭다. 대구와 경북(TK)이라는 최후의 보루를 제외하면, 사실상 전국 단위의 참패를 피하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당 내부에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위기감은 8년 전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보수 진영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단 2곳만을 확보하는 엄청난 타격을 입은 적 있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 이은 연쇄 패배로 인해 이른바 ‘보수 궤멸론’이 일정한 힘을 얻기도 했다. 6.3 지방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금, 국민의힘은 다시 한번 벼랑 끝에 서 있다. 수도권에서는 기초·광역의원 출마 희망자를 찾기조차 어렵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당내 내홍이 깊어질 경우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시장 선거조차 장담할 수 없다는 극단적인 분석까지 제기된다. 전략적 요충지라고 불리는 낙동강 벨트(PK)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부산에서는 전재수 전 장관을 필두로 한 민주당의 기세가 강하고, 경남과 울산 역시 수성과 탈환을 노리는 양당의 공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충청권은 행정통합 무산에 따른 민심 이반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으며, 호남과 제주, 강원 등은 이미 민주당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가운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리더십도 크게 위협받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의 방향성을 제대로 설정해야 하지만, 오히려 오락가락한 행보에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 공천 기준과 관련해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내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반복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메시지 혼선이 심각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여론에 떠밀려 공천 관련 결정을 번복하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당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동훈 계파의 인물들에 대해 포용하지 못하고 징계로 일관한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배현진 의원 등에 대한 당원권 정지 징계가 법원에서 ‘재량권 남용’으로 효력 정지되면서, 장 대표가 윤리위 등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 했다는 의혹도 짙어졌다. 또한 이와 관련해 김종혁 전 최고위원 역시 마찬가지로 징계와 가처분이 인용된 바 있다.
특히 지난 3월 22일 대구 지역의 공천 과정에서 주호영 국회 부의장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동시 컷오프에 대해서는 야권 내부에서도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 지지율 1~2위를 동시에 달리고 있는 사람을 잘라낸다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기 때문이다.
좁아지는 보수의 입지
이러한 행보에 대한 가장 유력한 해석 중의 하나는 ‘장 대표가 선거 승리에는 별 관심이 없고, 선거 이후 당권 유지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향후에 있을 전당대회에 다시 출마, 당대표가 된 후 2028년 4월에 있을 총선에서의 공천권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지지 세력을 구축할 수가 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2030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는 장기적인 전략을 세웠다는 내용이다. 그런 점에서 당의 행보와는 무관하게 자신의 권력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만약 이런 시나리오라면 지금 장 대표의 행보가 충분히 이해는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보수의 지지층이 점점 더 줄어들게 되고, 지금과 같은 행보를 계속한다면 결국 남는 세력은 ‘윤 어게인’ 세력이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콘크리트 지지층'이라 불리던 전통적 보수 텃밭 지역에서조차 이탈 현상이 감지되고 있어, 당내외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 70년 전통의 보수 세력인 현재의 국민의힘 영향력은 극히 줄어들게 되고 그 영향력이 미미해질 수도 있다. 그리고 만약 이런 상황이 펼쳐지면 대권을 향한 장 대표의 꿈도 실현되기는 힘들다. 아무리 대통령 선거에 나간다고 한들, 실제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 선거 결과를 분석해 보면, 대선은 특정 강성 지지층만으로 치러지는 선거가 아니라 전통 지지층·중도층·무당층을 아우르는 확장성이 필수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는 민주당의 위헌 정당 해산 심판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9월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이번에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 정당 해산 심판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라고 경고했다. 물론 현재까지는 이럴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 위헌 정당 해산 심판은 매우 엄격한 요건을 요구하며, 헌법재판소는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구체적 위험성’이 명백히 입증되어야 한다는 극히 높은 기준을 적용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국민적 정서로만 보자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지난해 <시사IN>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동조한 세력과 단절하지 못한다면 위헌 정당 해산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되고 있는데, 이러한 주장에 대해 공감하는지, 공감하지 않는지’를 물었다. 그 결과 응답자의 54.2%는 ‘공감한다’라고 답했다. 아직 압도적인 것은 아니지만, 일정한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자신의 성향을 ‘보수’라고 응답한 사람들 중에서도 30.2%는 공감한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위헌 정당 해산 결정이 미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하다는 점이다. 정당 하나가 사라지는 것을 넘어 그 정당의 모든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고, 당 자산이 완전히 몰수되며, 유사한 정치 노선을 표방하는 정당의 창당 자체가 법적으로 영구 금지되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보수 세력의 위축은 대한민국 전체의 정치 환경에서도 그리 득이 되는 일은 아니다.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가 서로 견제하고 협력하면서 국가의 정치를 이끌어가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특정 정치인의 권력에 대한 욕망과 극단적인 정치 세력의 결합이 보수를 궤멸했을 때, 국가의 장래도 그리 밝다고 장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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