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일 제60회 납세자의 날을 맞아 성실한 납세 의무 이행과 국가 재정 확충에 기여한 기관과 인물에게 수상의 영광이 주어졌다. 그중에서도 대구 지역의 중견 블라인드 제조 기업인 대일산업 배기현 대표는 영예의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지난 2006년 설립된 대일산업은 2009년 자체 브랜드인 ‘아라크네(ARACNE)’를 론칭하며 본격적인 제품 개발과 판매에 뛰어들었다. 이후 품질 경영과 고객 맞춤형 전략을 바탕으로 동종 업계 온라인 판매 부문에서 14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과거 젊은 시절 세무조사를 2번이나 경험한 이후, 사업을 하면서 언제든 성실한 세금 납부를 제1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배 대표를 직접 만나 그간의 사업 여정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세무조사가 만든 경영 철학
배기현 대표는 본격적으로 블라인드 제조업을 하기 전 20대 중반인 2002년대부터 대기업 컴퓨터 부품을 납품받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컴퓨터 주변기기 판매사업을 했다. 대구가 고향인 만큼, 세금에 관해서는 세무사에게만 맡겨 놓은 채 그다지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불찰이었다. 대표자가 직접 세금을 챙기지 않으면 불상사가 생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오늘날 성실 납세자가 된 계기이기도 하다.
“사업 초기에는 세무나 회계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 채 회계사의 조언에만 의존하며 일을 진행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2005년에 두 차례 세무조사를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컴퓨터 부품 사업을 하며 어린 나이에 매출을 늘리고 돈을 버는 일에만 정신이 쏠려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세무 관련 업무는 대부분 세무사에게 맡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무조사 이후 세금에 대해 훨씬 더 민감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후부터는 세금을 많이 내게 되더라도 정직하게 납부하는 것이 사업의 기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세금은 무엇보다 먼저 챙겨야 할 책임이라는 마음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어 매우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초기에 컴퓨터 부품 유통업을 했지만, 한계가 매우 크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기업과의 거래 과정에서 나타난 불공정한 거래 관행과 가격 정책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지속되면서 기존 사업을 정리하게 된 것이다. 이후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해 중국에서 열린 섬유 관련 박람회에 참석하게 됐다. 그때 블라인드라는 아이템을 접했고 사업의 방향을 완전히 틀기 시작했다.
이후 배기현 대표는 원단 소재와 제조 기술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시작했고, 전자기기 관련 전공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 제품보다 사용자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전동 블라인드 기술 개발에 관심을 두게 됐다. 이러한 준비 과정을 거쳐 2009년 블라인드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물론 사업 초기에는 오프라인 판매만으로는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온라인 판매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여러 온라인 마켓에 제품을 등록해 판매하면서 B2C 중심의 사업 구조를 구축하게 됐고, 이후 온라인 기반의 블라인드 전문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2009년 이후 사업은 꾸준한 매출 증가와 함께 고용 창출에도 기여하며 지역 경제에도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공장 혁신과 체계적 생산 시스템 구축
배기현 대표의 장점은 제조 공정의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저는 현재 공장의 혁신을 직접 주도하며 운영해 왔습니다. 공장 특성에 맞게 설비와 작업 동선을 효율적으로 재구성해 공간을 최소화하고 작업 반경을 줄이는 방식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매출 증가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현재 공장은 최대 약 120명까지 고용이 가능한 구조로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온라인 판매 중심의 사업 구조에 맞춰 소비자들이 제품을 쉽게 설치할 수 있도록 간편한 부속품 개발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업을 운영하면서 늘 도전과 개선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 지속적으로 혁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작업 환경 개선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제 대일산업의 경쟁력은 정밀한 맞춤형 제조 공정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고객의 요청에 따라 단 1cm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원단 재단을 시작으로 테이핑 처리, 상·하단 알루미늄 및 클러치 등 부속품 조립, 엄격한 검수 과정을 거친다. 이후 비닐 및 박스 포장을 완료해 출고하는 체계적인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수천 가지에 달하는 원부자재와 소모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상시 재고 파악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분기별로 시행되는 전체 재고 조사와 전용 관리 프로그램을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은 원활한 제품 생산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라고 볼 수 있다.
경영 실적 면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연 매출 200억 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매출 규모에 비례해 고용 인원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등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적이다. 2025년 스마트공장 구축사업에 선정되어 삼성과 협업중으로 3년쯤 후엔 500억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2012년부터는 단순히 햇빛을 차단하는 기능을 넘어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할 수 있는 블라인드 제품 개발을 추진했다. 단열 성능이 높은 원단을 적용한 블라인드를 제작해 판매하기 시작했고, 최대 약 90% 수준의 빛 차단율을 가진 원단을 활용한 제품도 개발됐다. 이러한 제품은 특히 여름철 실내 냉방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같은 시기에는 천장에 설치하는 형태의 버티컬 블라인드 제품도 상용화됐다. 이는 기존 설치 방식과 다른 구조의 제품으로, 공간 활용도와 인테리어 측면에서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한 시도였다.
“사업은 창업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안정 단계에 접어들었고, 특히 제가 30대 중반이 되면서 조직 운영의 기반이 조금씩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사업을 시작하다 보니 회사 구성원들도 젊은 인력이 많은 편입니다. 직원들이 젊다보니 그들이 잘한부분을 접목하도록 참여할 기회를 주다보니 조직 분위기는 현장 혁신 활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직원들이 가진 아이디어와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경영과 개선 활동에 적극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생산성과 조직의 역량을 함께 높이고자 합니다. 또한 산업 현장에서 중요한 과제로 여겨지는 안전사고 예방과 생산 공정 자동화를 위해 설비 투자와 시스템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제품 안전과 기술 혁신의 동시 추진
블라인드 제품과 관련해 꾸준히 제기돼 온 안전 문제 역시 배 대표에게는 중요한 과제였다. 특히 블라인드 손잡이 줄에 어린아이의 목이 감기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 장치도 개발했다. 이와 관련해 두 건의 특허도 확보된 것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사고 위험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줄이 없는 구조의 블라인드 제품 개발도 이뤄졌다. 이와 함께 화재 발생 시 불이 쉽게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방염 소재를 적용한 블라인드 제품도 제작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항균 기능을 갖춘 원단을 적용한 제품도 개발돼 판매됐고, 이러한 시도는 제품의 안전성과 위생성을 동시에 고려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2013년부터는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제품 개발에도 관심을 확대했다. 관련 기관과 협력해 폐기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소재를 적용한 원단을 활용해 제품 생산을 시작했으며, 기존의 저가 플라스틱 소재 대신 재활용이 가능한 알루미늄 소재를 상·하단 구조에 적용하는 방식도 도입됐다고 한다.
또한 생산 과정에서 남는 원단과 부속 자재를 활용한 소형 블라인드와 차량용 블라인드 개발도 진행 중이다. 이러한 제품 개발은 ESG 경영 흐름과 탄소 중립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지속 가능 경영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플랜테리아 블라인드와 같은 새로운 개념의 제품도 연구 과제로 검토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 기술과 연계해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배 대표는 2018년 이후 블라인드 제품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결합한 연구 개발 투자를 확대해 왔다. 이러한 기술 융합 시도는 새로운 산업 분야와 연계된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으며, 대학 및 연구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인재 발굴과 취업 연계 프로그램도 함께 추진했다. 배 대표는 앞으로도 많은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앞으로는 수출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한다.
“저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더욱 스마트한 공장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직원들과 함께 안전하고 쾌적한 분위기 속에서 품질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속적인 투자와 혁신 활동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해외 시장 진출도 준비해 왔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속도를 조절해야 했습니다. 현재는 국내 공장의 운영을 안정적으로 정비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다시 해외 진출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중국, 베트남, 태국과 같은 시장은 블라인드 산업에서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고부가가치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동남아시아는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노하우를 잘 갖춘다면 해외 사업도 안정적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블라인드는 단순한 차양 제품이 아니라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는 인테리어 요소이기도 하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기를 극복하며 더욱 강해진 기업
물론 그가 꽃길만 걸어온 것만은 아니다. 가장 힘들었던 일은 2022년 당시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였다. 공장 확장을 추진하던 과정에서 총 여섯 개 동 가운데 두 개 동이 전소되고 두 개 동이 부분적으로 피해를 입어 원자재가 대부분 소실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회사에는 약 12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으며, 화재 이후 복구 과정에서도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다고 한다. 그럼에도 직원들이 함께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려 노력했던 경험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는 전 직원 단합의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배 대표는 마지막으로 이러한 희망의 메시지를 남겼다.
“저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그 분야를 꾸준히 발전시키다 보면 결국 더 큰 성장과 도약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나치게 망설이기보다 직접 실행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다 보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생각만으로는 변화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저에게 사업은 여전히 진행 중인 과정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계속 도전해 나갈 생각입니다. 지금보다 더 편리하고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혁신하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항상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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