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생명의학과’라는 대학 학과의 명칭은 다소 낯선 것이 사실이다. 현재 국내 소수의 대학에서만 개설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대학이 바로 국립목포대학교(이하 목포대) 수산생명의학과이다. 이곳에서는 수산생물의 건강을 위협하는 다양한 질병에 대한 의학적 지식을 교육하고 있다. 자연 생태계와 양식 환경에서 발생하는 질병의 원인을 분석하고, 치료 및 예방 기술을 갖춘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해당 학과를 졸업하면 ‘물고기 의사’로 불리는 수산질병관리사 면허 취득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질병 진단과 치료는 물론 관련 의약품을 처방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현재 목포대에서 큰 역할을 해온 인물이 바로 임한규 교수이다. 그는 대학의 새로운 변화와 인재상, 그리고 한국 양식업의 미래에 대한 폭넓은 통찰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2026년 연말에 있을 총장직에 도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양식업과 관련된 포럼의 위원장으로서 훌륭하게 포럼을 마치기도 했다. 임한규 교수를 만나 현재 수산생명의학과 관련된 국내의 현황과 내년 총장 도전에 대한 이야기까지 들어보았다.
스마트 수산양식 포럼 개최
지난 4월 30일 국내 수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한국 스마트수산양식 포럼’이 목포대 70주년기념관에서 개최됐다. 임한규 교수가 위원장인 이 행사는 ‘육상 김 스마트양식 기술개발’을 주제로 한 업무협약(MOU) 체결과 함께 스마트 수산 양식 산업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목포대와 사이버테크(주) 등 관련 기관이 참여해 산학 협력 모델 구축과 기술 혁신, 인재 양성을 통한 상생 방안을 모색했다. 포럼은 개회사와 환영사, 축사에 이어 업무협약 체결이 진행됐으며, 이후에는 스마트 수산양식 정책 방향, 빅데이터 플랫폼, 양식업 내 인공지능(AI) 활용, 스마트팜에서의 AX 플랫폼 적용 등 다양한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특히 국내외 수산 및 AI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기술 고도화와 산업 확장 가능성을 논의했으며 종합 토론을 통해 실질적인 협력 방안도 도출했다. 이러한 포럼 활동은 국내 양식업에 대한 임한규 교수의 진단과 새로운 발전 방향에 대한 심도 있는 견해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양식산업은 기후 변화, 해양 환경 오염, 그리고 수산업 인구 고령화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과 노동력에 의존하던 전통적인 생산 방식은 이제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건강한 식량자원으로서 지속 가능한 수산물을 확보하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이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분야와 협업이 절실한 실정입니다. 스마트양식은 단순히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을 융합하여 최적의 사육 환경을 유지하고, 질병을 사전에 예측하며, 생장률을 극대화하는 지능형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는 수산양식업의 노동 강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생산의 안정성을 높여 젊은 인재들이 다시 어촌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강력한 유인책이 될 것입니다.”
임 교수가 목포대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바로 호주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있을 때 목포대 교수가 자신의 옆 연구실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처음 목포대를 알게 됐고, 그렇게 인연이 되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그는 목포대 교수가 된 이후 왕성한 학술 활동으로 현재까지 100편 이상의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하였으며, 많은 특허와 기술이전 실적을 가지고 있다. 그는 양식 현장에서 풀어야 할 문제를 중심으로 연구를 추진했으며 다 수의 연구 결과들은 산업 현장의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 골든 시드 프로젝트(Golden Seed Project), 유수식 디지털양식 혁신기술개발사업, 수산종자 검인증 기술개발 등 수산업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다양한 국책연구사업을 수행했으며, 그 결과들이 우수해 2020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됐고, 2023년 해양수산과학기술대상을 받기도 했다.
학생 성장 지원 중심의 교육 혁신이 필요
임 교수는 목포대의 강점을 전남 지역의 산업 구조와 긴밀하게 연계된 교육 환경을 갖춘 대학으로 손꼽는다. 특히 해양·에너지, 농수산, 문화관광, 공공의료 등 지역 주요 현안과 연결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교실 중심의 이론 학습을 넘어 실제 지역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 같은 교육 방식은 학생들의 실무 역량과 문제 해결 능력을 함께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대학이 지향하는 방향 역시 단순한 학생 유치에 그치지 않고, 학생과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구축하는 데 있다. 학생의 성장이 대학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지역 발전으로 확장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 목표로 제시된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학생 개개인의 가능성을 끝까지 지원하고 이를 지역 사회의 성장과 연결하는 대학으로의 전환이 중요한 과제로 언급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시기에 학생들이 선택하는 대학은 단순히 규모가 큰 대학이나 입시 경쟁률이 높은 대학이 아니라, 학생과 함께 성장하는 대학입니다. 학생과 함께 성장하는 대학이란 학생을 입학시키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입학 이후의 적응, 학업, 진로, 취업, 창업, 지역 정주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대학을 의미합니다. 이제 대학은 학생에게 “우리 대학에 오라”고 말하는 것을 넘어, “우리 대학에 오면 당신의 가능성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따라서 학령인구 감소 시대의 대학 경쟁력은 학생 선발 능력이 아니라 학생 성장 지원 능력에서 결정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정책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학생 성공을 대학 운영의 최우선 가치로 두어야 합니다. 학생의 학업 수준과 진로 목표를 진단하고, 전공 선택의 유연성을 확대하며, AI·디지털 역량, 현장실무 역량, 지역산업 연계 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학업 위기 학생을 조기에 발견하고 상담, 장학, 비교과, 취업 지원으로 연결하는 전주기 학생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학생이 대학 안에서 자신의 길을 찾고, 지역사회와 산업 현장 속에서 성장의 기회를 경험할 수 있어야 비로소 학생들이 선택하는 대학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임한규 교수는 미래의 인재상에도 근본적인 변화와 미래 수산양식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교육 체계의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양식업의 기술적 진보와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교육 방식에서 탈피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과거 양식 현장에서는 관리자의 성실함을 강조하는 경험 중심의 격언이 통용되었지만, 현대 양식업에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사육 관리 역량이 핵심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순한 사육 기술 전수를 넘어 데이터 처리 및 인공지능(AI) 등 첨단 IT 기술을 접목한 융합형 교육으로의 전환이 시급한 상황이다. 실무 역량 강화를 위한 현장 중심의 교육 모델도 강조되는데, 졸업생들이 생산 현장에 즉각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산업체와 연계한 리빙랩, 프로젝트랩, 현장 실습 등 산학 협력 기반의 실무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청년 인재들이 양식산업의 미래를 통찰하고 새로운 가치 창출에 도전할 수 있도록 혁신적 사고와 기업가 정신을 배양하는 과정이 교육 체계 내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는 양식업을 지속 가능한 미래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고 어촌 사회의 활력을 회복하기 위한 필수적인 선결 과제이며,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인 만큼 양식산업의 생태계 변화에 맞춘 교육 내용과 체계의 개편이 수산 분야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말한다.
‘큐랩’ 창업으로 기술 혁신에도 나서
또한 이러한 변화에 맞게 교수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임한규 교수의 생각이다.
“저는 지금까지 대학에서 교육하고 연구하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했습니다. 그게 교수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산학협력단장을 맡고 2년 가까이 지역 산업체 관계자분들을 만나면서 제 생각이 많이 변했습니다. 지방 활성화를 위해 지방 대학의 역할을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되었고 지역 발전을 위해 대학의 역할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지역산업의 발전을 이끌고, 지역문화를 선도하며, 지역 인재와 함께 성장하는 대학의 기반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임 교수는 이러한 역할에 더욱 충실할 수 있기 위해 최근에는 창업도 했다.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로부터 2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큐랩은 일반 회사들과 다르게 대학교 내에 회사가 있는 실험실 창업 기업이다. 그가 실험실 창업을 선택한 이유는 우선 연구 결과의 빠른 사업화 때문이라고 한다. 연구실에서 얻어지는 우수한 연구 결과를 빨리 산업에 적용하기 위해서이다. 두 번째로는 제품에 대한 새로운 기술 도입과 업그레이드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R&D가 필수적인데, 작은 기업에서 R&D 조직을 운영하고 직접 R&D를 수행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우수한 인력의 도움을 받고 고가 장비를 활용하기 쉽기 때문이다. 대학에는 다양한 분야에 많은 전문가가 있고 많은 장비가 설치되어 있다. 따라서 큐랩은 이러한 실험실 창업의 장점들을 활용하여 돈 잘 버는 기업이 아니라 국내외적으로 가장 기술력이 높은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현재 큐랩은 양식 동물을 위한 첨가제와 기능성 사료를 주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미래에는 양식에 관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될 예정이라고 한다.
임한규 교수는 이러한 활동을 해오면서 보람된 일도 참 많았다고 전한다.
“교육 현장에서 가장 보람된 일은 제자들이 맡은 바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그동안 많은 제자를 배출했습니다. 그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제자는 진도에서 양식업을 하는 학생이었는데 이 친구는 꿈이 수협 조합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직 어린 나이였지만 지역사회를 위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학생은 인도네시아에서 온 대학원생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교수를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학위 취득 후 교수가 되었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게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수산업 현장과 문화를 잘 이해하였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에 돌아가서 대학원 생활을 바탕으로 수산업 현장에서 K-수산업 모델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세일즈 총장’ 꿈꾸며 목포대 총장에 도전할 계획
임 교수는 목포대의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 2026년 연말에 있을 목포대 총장에 도전할 생각이다. 이미 향후 목포대가 나아갈 방향 역시 잘 구상해 두었다고 한다. 그는 ‘낮은 자세로 구성원을 섬기되, 혁신 앞에서는 가장 먼저 앞장서는 리더’로서의 대학 운영 철학을 중심으로 삼으려고 한다. 그리고 이를 깃발로 지나온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융합과 혁신의 길을 개척하는 ‘새 길의 개척자(First Pathfinder)’로서의 결단력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든든한 조력자(Prime Supporter)’를 자처하며 교수진이 행정 업무의 부담에서 벗어나 연구와 교육이라는 본연의 가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헌신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구성원 스스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실천하는 행동가(Prime Mover)’로서의 실행력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권위적인 태도를 지양하고 현장 중심의 소통을 통해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임한규 교수는 목포대 교수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했다.
“교육 분야에서는 학생들의 취업 고민과 신입생 유치라는 막중한 책임감을 총장인 제가 직접 현장을 누비며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또 연구 분야에서는, 저 스스로 100편 이상의 논문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연구자가 마주하는 행정적 한계와 벽을 누구보다 깊이 체감해 왔습니다. 이제 총장의 권한을 통해 불필요한 행정적 규제를 과감히 정비하여 교수님들께서 오로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실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교수님들을 단순히 평가의 잣대로 대하기보다, 외부의 풍파로부터 연구 활동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수행하겠습니다. 산학 분야에서는, 대규모 국가 연구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수님들께 흔들림 없는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약 450억 원 규모의 실물 경제 프로젝트를 운영해 본 역량을 쏟아부어, 목포대를 대표하는 ‘제1호 세일즈 총장’으로서 대학의 가치를 높이는 데 앞장서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네트워크 분야에서는 우리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쳐 이뤄낸 글로컬 대학 선정의 성과가 교수님 개개인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따라서 제가 보유한 강력한 대내외 네트워크를 총동원하여 연구와 교육에 필요한 최적의 자원을 확보하고 지원하려 합니다.”
임한규 교수는 크게 두 가지의 미래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수산생명의학의 더 큰 발전과 목포대의 지방거점 일류 대학으로의 도약이다. 그가 가진 꿈이 반드시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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